새벽 4시 반, 엄청난 양의 식사를 홀로 준비하는 엄마. 제2인천공항 건설 현장의 식당을 맡게 된 엄마는 몸에 배인 일솜씨로 수백 명 분의 한 끼를 너끈히 만들어내지만, 감독인 아들에게 그 노동은 지켜보기 힘겨운 일일 뿐이다. 함바는 “아빠가 죽고 1년 뒤 엄마는 영종도에서 함바를 하고 싶다고 했다”는 방성준 감독의 보이스오버로 시작된다. 그리고 영화의 대부분을 일하는 어머니와 일손이 모자라 배달 일을 틈틈이 돕는 아들의 모습으로 채운다. 이 단순한 영화의 특별한 순간은 모자간의 애틋한 마음이 전해지는 매 순간들이고, 실은 그게 영화의 전부이기도 하다. 마지막 시퀀스에서 영화과 학생인 아들은 자신의 단편영화를 엄마에게 보여드린다. 슬픔을 이기기 위한 엄마의 노동과 아버지를 한 개인으로 기억하기 위한 아들의 영화. 함바는 남편/아버지를 잃은 모자가 각자의 애도를 거쳐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기교 없이 담백하게 그려낸다. 그 상실 뒤의 삶이 마냥 눈물겹지만은 않다.